“안녕하세요. 진화대학교 유아교육과 1학년 유승아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때 승아가 한 말이라고는 그뿐이었다. 그러나 지우는 그 순간 승아의 옅은 미소와 듣기 좋은 목소리에 심장이 두근거렸고, 저항 없이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렇게 지우 혼자 속앓이를 한 것이 벌써 9년 째. 승아와 남자 친구 정후가 상견례까지 마치고 결혼만을 앞둔 상황에서 지우는 오랜 짝사랑을 정리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는다. 승아가 갑작스레 이별 소식을 알리기 전까지는. 이대로 마음을 완전히 접기로 결심했던 지우로서는 승아의 이별에 적잖이 당황스럽지만 진짜 곤욕스러운 일은 따로 있다. “승아야?” 승아와 단둘이 한 공간에 있을 때마다 이성의 끈을 단단히 붙잡기 위해 고군분투 해왔던 지우. 승아를 위로하기 위해 집으로 초대한 오늘도 마찬가지다. 그런 지우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승아는 위로를 해달라며 자꾸만 품에 안겨오는 것도 모자라 얼굴을 더욱 가까이 가져오기 시작한다. “뭐하는 거야?” “나 벌 받나 봐.” 알 수 없는 승아의 한 마디에 지우는 그대로 몸이 굳는다. 불안과 기대에 휩싸인 채로. “내 마음을 외면해서 이런 일이 생겼나 봐.”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차라리 잘 됐지 뭐.” 그 말을 끝으로 승아의 입술이 지우의 입술 위로 포개진다. 9년 동안 상상으로만 그쳤던 장면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지만 지우는 혼란스럽다. 이제 와서 이래도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