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을 다시 한 번

2022년 1월 3일
그 순간을 다시 한번/도서출판 빛봄 / 빛봄 출판사

그 순간을 다시 한번/도서출판 빛봄 / 빛봄 출판사

작가: 에피치

장르: GL

사람은 때로 자신이 진정으로 뭘 원하는지 아주 늦게 깨닫고는 한다.
19살의 시영이 그랬던 것처럼.
27살의 민하가 그런 것처럼.

이미 한 번 이별을 겪은 두 사람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말은 퉁명스럽게 해도 은근 둔하면서 성실한 여자와, 어른스럽고 요령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생각 많고 위태로운 여자의 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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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내가 뭐라고.”

이 말을 할 때 민하는 자기도 모르게 울컥해버렸다. 그래서 말을 다 마치지도 못한 채 입을 꾹 다물어버리곤 슬픔을 속으로 삭였다. 정말 이런 자신이 대체 뭐라고.

“너는… 음. 내 첫사랑이지.”

시영은 정확한 답변을 찾기가 힘들었는지 잠깐의 고민 끝에 다시 입을 열었다. 정말 담백하고도 솔직한 저 말을 딱 민하에게만 들릴 만큼 나지막하게 말하고선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어딘가 모르게 초연해 보이는 그 모습이 너무 슬프게 느껴졌다. 민하는 언젠가 시영이 우는 걸 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운 모습을 보니 마음이 너무 편치 않았다. 울리고 싶은 줄 알았는데 사실 그게 아니었었나보다. 시영이 주말 내내 운 걸 막상 눈으로 확인하니 기분이 정말 엿 같았다.

“…나 같은 거 때문에 울지 말고 그냥 웃어. 너 우는 거 싫어하잖아.”

시영은 전에도, 지금도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긴 잘 울지 않는다고. 울어서 해결될 일보다 웃어서, 혹은 화내서 해결될 일이 세상엔 훨씬 많다고. 일 때문에 죽을 만큼 힘들어도 눈물 한 방울이 안 나와서 그냥 욕하면서 버텼다고. 그런 그녀가 고작 자신 때문에 청승맞게 저러고 있는 것이었다.

“세상엔 울고 싶지 않아도 울게 되는 일이 있더라. 너 때문에 운거 아니야. 다 나 때문이지.”

조금 잠긴 목소리로 말하고 난 뒤 그녀는 가볍게 웃었다. 다만 조명이 비친 선글라스 때문에 그녀의 눈이 웃고 있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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